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힘에 저항 제동 다른 방식

힘에 저항 제동 다른 방식


날씨 예측용 청개구리는 병 안에 작은 사다리와 함께 넣어 날씨를 예상할 수 있게 한다는 청개구리단 만한다. 2005년 8월 뉴올리언스를 물에 잠기게 한 허리케인의 풍속은 바로 그 절 반 정도나 됐으니까 말이다. 그런데 바람이 육지 위를 휘몰아칠 때는 마찰이 생긴다. 육지는 저항하고 폭풍은 힘겨루기를 하게 된다. 오르칸(Orkan)이일 경우는 나무를 뿌리째 뽑 아버 릴 수 있는가 하면 건물들도 산산조각을 내며 부숴버 릴 수 있다. 하지만 육지 자체는 그런 힘 에 저항하면서 그것에 제동을 건다.


물은 다른 방식을 보인다. 물의 분자결합은 안정적이지 않다. 바람이 물을 만나면 그것을 파헤친다. 그러면서도 바람이 깊은 곳에까지 침투하지는 않는다. 하지만 표면에서는 바람이 물 입자들을 움직이게 해 놓는다. 주목할 것은 그 경우 물 입자들이 자기 위치를 바꾸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. 바람은 수백 미터나 공중으로 휘몰 아쳐서 생판 다른 곳에다 다시 내동댕이쳐 놓는 나무의 경우와는 달리 이 물 입자들의 뿌리를 뽑아내지 않는다. 물 입자들은 있던 곳에 머물러 있기는 하 지만 공중제비를 넘듯 곤두박질을 친다. 아이들이면 다 아는 것으로, 작은 장난감 배를 작은 파도가 이리저리 일렁이는 호수 위에 놓으면 그 배는 제자 리에 떠 있다. 만약 바람이 불어 물이 어딘가로 옮겨져 가면 배가 그러고 있 지는 않을 것이다. 그러나 퍼져나가는 것은 단지 파도의 형 태뿐이다. 물 입자 들은 죄다 그렇게 움직이는 상태가 되어 위로 치솟고 아래로 가라앉으며, 나 름으로 순환운동에 빠져 있는 이웃 입자들을 툭툭 건드리며 부딪친다. 적당 한 바람의 경우는 앞서 말했듯이 일렁이는 파도(KHiuselwelle. 잔물결)가 보이 지만, 바람이 더 세게 불면 불수록 물마루가 그만큼 더 높아지며 그와 함께 같은 정도의 파장이 나타난다.



이론적으로 보면, 바람이 물을 때리며 높은 압력을 가하는 것이므로 파도 (170) 오르칸은 스페인어에 전해진 네던란드어에시 유래한 말로서 공식적으로는 •뷰포트둥그Bemifon-Skah) 12의 폭 풍•으로 초속 32.7m 이상의 바란이미 유란에 부는 대폭풍은 만한다. 초속 33m 이상은 맙하는 태풍과 비슷한 풍 속이며 구숭이란 말도 쓰인다. 가 단 한 개만 생겨서 점점 더 규모를 키워가야 할 것 같고, 또 일례로 말하자 면 그것이 서쪽으로 표류해 갈 경우 동쪽에 있는 해분(海까)은 점차 비워져야 할 것 같기도 하다. 실제로 강력한 바람은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낼 수가 있다. 


그러나 바다는 그렇게 간단하게 제 잠자리에서 쫓겨나지는 않는다. 여기 서도 균형의 원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. 열역학 제2의 주요명제에 맞게 액 체는 빈 공간이 생기면 그것을 다시 채우려는 성향을 보인다. 중력은 액체 입 자들을 항상 지구의 중심점으로 끌어당긴다. 오르칸이 불면 15미터 높이의 파도라도 얼마든지 치켜세워 올릴 수가 있고 또 거기에 상당하는 물고랑도 만들어내게 되지만, 폭풍이 수그러들자마자 모든 것들은 다시 균형을 이루 며 안정을 되찾아 간다. 파도의 형태도 점점 평핑해지다가 결국 바람이 완전 히 잦아들 마지막에 이르면 하나의 직선으로 바뀌어 버린다(그런데 자연에서 완전한 직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. 우리가 아무런 바람의 낌새도 알아차리지 못할 때라 하 더라도 공기의 미세한 소용돌이들은 여전히 측정해볼 수가 있다).


허리케인 때문에 독일이 피해를 당한 일은 아직 없었다고 하겠지만, 오르 칸은 물론 육지 위로 더 자주 불어닥친다. 그럼 왜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 의 오리가 떠 있는 연못에서는 15미터 정도 파고를 지닌 파도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일까? 그건 아주 간단하다. 파도의 높이는 파장을 기준으로 측정 되기 때문이다. 큰 바다의 거대한 파도는 그만큼 넓게 퍼진 물고랑도 지닌다. 그러나 수면은 그처 럼 엄청난 파장이 전부 자리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너끈한 면적이 되어야 하며, 또 물고랑의 깊이도 항상 물마루의 높이에 상응하기 때 문에 그만큼의 일정한 수심 역시 꼭 필요하다. 그러나 옹기종기 사는 마을의 오리 연못은 아무래도 드넓은 대서양에는 뒤질 수밖에 없다. 오리들한테는 아주 잘 된 일이 아닐 수 없다. 그렇지 않다면 멀미에 시달리거나 노부인들한 테서 빵부스러기도 받아먹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.



파도에는 산과 마찬가지로 굽이진 비달면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산더미 같은 파도(Wellenberg)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. 육지에 있는 산도 그 높이와 대둥한 만큼의 넓게 퍼진 면적이 필요하다. 그 산이 아무리 급경사의 고도를 이 루며 치솟아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. 물론 완만한 비탈을 가진 파랑들을 기준 으로 삼아 말하는 것은 아니다. 파도도 또한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경사가 가팔라질 수 있다. 이는 말하자면 물 입자가 바다 위를 움직 여가는 것이 아니 라 거대한 바퀴를 타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당신이 잠시 해변에 가 있어 본다면 알게 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. 이와 동시에 당신은 파도 형태가 아주 잘 퍼져나가며, 그것도 더욱이 바람의 속력에 따른 속도로 퍼져나간다는 점 도 알고 있다. 그런데 바람은 물의 상층부에만 작용을 미친다. 모든 것을 초 토화시키는 세기적인 허리케인이 분다고 할 때조차도 수심 200미터 깊이에 서는 평온하기만 하다. 


하지만 육지 쪽 바다 밑이 얕은 곳이라면 파도는 거기 에 있는 물 입자들을 안절부절 못하게 만든다. 그것들 또한 기꺼이 공중제비 도 넘겠지만 또 그들 중 일부는 머리를 땅바닥에 박으며 곤두박질치기도 한 다. 파도의 궤적은 찌그러져 버 리고 평평해지며 타원형이 된다. 이제 그 뒤에 벌어지는 일들은 추돌사고와 비슷한 것이 된다. 밑쪽에서 파도는 느려지게 되고 위쪽에서는 계속 민첩하게 움직여 나간다.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입자들 은 서로 포개지며 충충이 쌓이기 시작하며 파도는 높이를 더한다. 그와 동시 에 파도의 경사각도가 점점 더 가팔라진다. 상층부의 물 입자들은 육지로 움 직 여가려고 하고 아래쪽에서는 그렇게 빨리 뒤따르지 못하다가 결국엔 경사 의 한계점을 넘어서고 만다. 파고가 수심의 1.3배를 넘어서자마자 파도는 극 적으로 속도를 떨어뜨리고 앞쪽으로 기울어 쏟아지며 부서지기 시작하다가, 마침내 무너져 내려서 거품을 일으키며 소용돌이치면서 해변 위로 얼마쯤 기어오르게도 된다는 그런 이야기다.


꼬마 프리츠7} 비죽이 웃으며 해변에 서 있다. 일찍이 앞에서 영리하게도 긴 목을 가진 초식동물의 의미에 대해 맹랑한 철학적인 소리도 할 줄 알았던 녀석 인데, 이번에도 그런 말은 모두 어 리석은 소리라고 한마디 한다. 말하자면 프리츠 녀석 에게는 파도가 물을 아주 잘 옮겨간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. 바 닷물은 몇 초 사이마다 녀석의 발에 거품을 묻히며 모래를 흠뻑 적셔놓고는 다시 물러간다. 그러고는 또 다음번의 파도가 밀려오고 또 오고 한다. 꼬마 에르나는 그것도 역시 바람과 일치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에 게 일깨워준다. 예를 들어 오늘은 바람이 육지 쪽에서 불어올 수도 있는 일이 며, 그렇게 되면 바람은 틀림없이 바닷물을 멀리 쓸어가기도 할 것이라는 말 이다. 그러는 대신 바닷물은 프리츠의 발 위를 구르고 있고, 또 대체로 물 분 자와 장난감 배가 항상 제자리에 머무르는 것이라고 한다면 바다 위를 떠다 니던 유목(流木)들은 어떻게 해서 해안에 당도할까? 혹은 또 난파당한 가련한 사람들이 병 속에 담아 띄워 보낸 편지는 어 떻게 된 것일까? 영리한 아이들이다.



실제로 물 입자들이 취하는 동작은 축구경기장에서 파도타기 응원(La-Ola- Welle)에 참여하는 사람처 럼 움직이는 것이어서, 제자리에 머물면서도 근사 하게 보인다. 그러나 축구팬들이 억지로 서로 어깨 위로 올라서야 한다면 무 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? 어느 즈음이면 그 인간 탑은 기울어 쓰러질 것이고 그중 몇몇은 전혀 다른 자리에 가 있게 될 것이다. 물의 경우도 그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. 해변에 닿은 파도는 가파르게 치솟다가 결국에는 부서진다. 파도가 무너지며 평평한 땅에 좍 펴지는 이때는一그리고 오직 이때만은一물 이 이동해간다. 그래서 물 입자들은 해변을 어느 만큼 밀려 올라가다가 마침 내 중력에 의해 다시 되돌아가게 되며, 꾀많은 프리츠 녀석의 발이 젖는 것 도 그런 때문이다.


그런데 꼬마 에르나의 문제는 꽤나 까다롭다. 심지어 원형의 섬이라 해도 파랑은 해안을 향하여 늘 정면에서 밀려오는데, 그건 어디에 머물러 있거나 마찬가지다. 그 해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다. 그리고 바람은 아주 친절하게도 우리에게 그것을 알려준다. 한바다에서라면 바람은 파도를 앞으로 밀고 나간다. 그 바다는 에너지로 충 만한 상태로 변한다. 수면에서의 파도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와는 무관하 게 바닷물의 에너지가 나타내게 되는 양상은 바로 공기 속의 음파가 보이는 방식과 같아서, 그것은 모든 방향으로 동시에 미쳐 가게 된다. 더구나 흐름 이 생기면 역류도 있게 되고 바람이 있으면 역풍도 있어서 난류라든가 여러 방향으로 변한 것들도 생겨나게 한다. 그런데도 불구하고 육지와 부딪치는 곳에서는 항상 그런 체계 전반이 정체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. 섬의 둘레를 지 배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와 똑같은 상황이다. 파도의 형 태는 계속해서 번져 나가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, 결국에는 부서지고 마는 것이다.


꼬마 에르나는 아직도 만족스럽지 못하다.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오면 섬 의 동쪽보다는 그래도 서쪽 해안가에 더 많은 일이 일어나야 하지 않는가. 맞 다. 서퍼들의 낙원이 있는가 하면 또 방파제로 보호된 만이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. 실제로 바람이 해안을 향해 직선방향으로 불어대는 곳 에서만은 파도가 정면에서 육지로 달려간다. 다른 위치에서라면 파도의 접 근은 비스듬한 방향으로 이루어진다. 그곳의 해저지형 이 완만하게 상승하는 곳이면 파도의 개별적인 단락들은차례로그 지형에 가 닿게 된다. 육지에 가 장 가까운 파도 부분에는 제동이 걸리는 반면, 그에 뒤이어지는 부분들은 우 선은 제 속도를 유지한 채이다. 다음 번 단락이 제동 걸린 부분을 따라잡게 되는 즉시 그것의 속도도 또한 느려지게 된다. 그런 일이 파도가 이루는 선 전체에서 계속 일어난다. 파도는 차츰차츰 방향을 돌리게 되고, 그러다가 결 국에는 해안선과 평행을 이룬다. 그러므로 파도는 바람이 어떻게 부느냐와 는 무관하게 항상 해변에 정면으로 다가오는 것이며, 단지 여기서는 온순하 게 철썩거리는가 하면 또 저기서는 사나운 소리를 내며 다가와 부서질 뿐인 것이다. 그에 반해, 이를테면 절벽해안 앞에서처럼 육지에 가닿기 바로 전에 아무런 해저지형과도 접촉하지 않으면 파도는 비스듬한 각도를 그대로 유지 한 채 등장하게 된다.